[카드뉴스] 성폭력 피해자에게 입닫으라는 학교
 글쓴이 : 제주해바라기센터
작성일 : 2017-03-13 11:25   조회 : 4,334  
# 성폭력 피해자에게 입닫으라는 학교

1.
서울 한 대학교 OT*
선배들이 여자 신입생들을 한 방에 모으더니
뒤쪽을 보고 앉으라고 합니다

*오리엔테이션의 준말

2.
그리고 들어온 남자 선배와 여자 선배···
여자 선배가 반항을 하는 소리가 들리고
성폭행을 하는 듯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3.
신입생들의 팔뚝에
정액같은 액체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공포에 휩싸인 신입생들은 어쩔 줄을 모릅니다

4.
그리고 이어지는 한마디

“야, 이거 몰래카메라였어. 작년, 재작년에도 한거야ㅋㅋ”
“그 액체는 마요네즈에 계란흰자 섞은 거ㅋㅋㅋ”

5.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강압적 음주문화ㆍ똥군기ㆍ성추행 논란은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반복되고 있습니다

6.
지난해 한 대학교 신입생 OT에선
성추행을 한 대학생들이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7.
매년 이런 ‘똥군기’가 논란이 되고
실제로 성추행 사건이 터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추한 소식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8.
올해는 한 대학 신입생 환영회를 준비하던
2학년 남학생이 동기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9.
“전례로 보면 기껏해야 성교육이나 사회봉사 정도로 끝날 거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와 학교 관계자는 사과를 명분으로
피해자를 찾아가서
‘비밀유지서약서’를 들이밀었다고 합니다

10.
“너한테 2차 피해가 갈 수도 있는데 게시물을 꼭 올려야돼?
작년에 그런 게시물 올렸던 학우는 자퇴했어”

해당 단과대 학생회장도
이유야 어쨌든 피해자에게
사건을 공론화하지말 것을 요구했습니다

11.
결국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언니가
SNS에 제보하면서 알려졌습니다

12.
결국 학교와 학생회장은
피해자를 걱정하는 척하지만
자신들의 명예를 우선시한 겁니다

13.
이런 태도가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것 아닐까요?


13.
성폭력 피해자가 보듬어야 할 ‘사람’이 아니라
처리해야 할 ‘사건’으로 여겨지는 현실

14.
“너는 잘 살 것이다. 성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잘 살 것이다.”
“사내새끼가 그럴 수도 있다고
용인되는 곳에서 너는 참 잘 살 것이다”
“너는 잘 살 것이다. 술 먹고 저지른 일이기에, 남자이기에, 고려대에 다니기에, 선배와 교수가 너를 위해 기꺼이 탄원서를 써주기에”

- 작년 10월 말 고려대학교 대자보 中

15.
숨긴다고 숨겨지고
덮는다고 잊혀지고
위에서 누른다고 뭉개지는 세상이 아닙니다

16.
여전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대학,
이런 곳들이 우리나라 최상위 교육기관이라는 사실이
개탄스럽기만 합니다

기획: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구성: 김민표 인턴 kim.minpyo@joongang.co.kr
디자인: 배석영 인턴 bae.seokyeo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카드뉴스] 성폭력 피해자에게 입닫으라는 학교